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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각들

[생각] 선택을 대하는 나의 자세

알고싶은 승민 2021. 11. 24. 23:00

선택

선택할 일이 너무나 많다. 샤워할 때 머리를 먼저 감을까 먼저 이를 닦을까, 점심은 무엇을 먹을까 같은 일상적인 선택도 있지만 한번 선택하면 일정 기간의 내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선택도 많다. 이 영어 강의를 들을까 말까, 저 모임에 가입할까 말까 하는 선택 말이다.

이번에 다음 회사를 찾으며 머릿속에서 이런 고민이 끝나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옳은 선택을 할 수 있을까?" 그래서 올해에 내가 했던 선택을 돌아봤다.

올해 한 선택들

졸업 프로젝트

꽤 숙고하고 결정한 일이었다. 기왕 학술 공부에 시간을 투자하는 거, 내가 생판 모르는 분야를 해보자고 생각했다. 그래서 소프트웨어 개발과 아예 관련 없는 영역을 골랐다.

정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고 시간을 낭비했다. 거의 반년의 시간을 내가 관심 없는 분야를 수박 겉핥기식으로 공부해야 했다. (네트워크, 블록체인, DID)

그 당시에 시간을 들여서 옳다고 생각하고 한 결정임에도 작업하는 내내 스트레스받았다. 실패한 결정이었다.

퇴사

더 오랜 시간 고민한 결정이었다. 사실 퇴사에 대한 생각은 항상 들고 있었다. 내가 제대로 하는 걸까? 하는 의문이 그 출발점이었다.

그리고 나를 믿어주는 사람들에게 퇴사를 고하고 내가 하기로 선택한 것에 집중했다.

퇴사 결정 자체는 옳은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퇴사를 한 이후, 내가 회사에서 스스로 챙기지 못한 부분들이 너무 아쉽게 다가왔다. (내가 한 일 기록, 좀 더 미래 커리어를 생각하며 작업할 걸)

영어 학원

우습게도 거의 고민을 하지 않고 한 결정이었다. 영어 공부해야 하는데 학원을 숙고해? 어차피 별로면 어련히 그만둘 거라고 생각했다.

거의 즉흥적으로 결제하고 생각 없이 수업을 참가했다.

신기한 것은 이 결정이 내가 올해 한 행동 중에 가장 만족스러운 일이라는 것이다.

10개월의 긴 과정을 마무리할 수 있었고 영어뿐 아니라 정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공부하는 자세)

가야 할 회사

지금 주로 하는 고민이다.

누구나 아는 큰 회사, 작지만 사람 그리고 팀 문화가 좋은 회사, 돈을 많이 주는 회사 나는 어디로 가야 할까? 결정해야 한다.

이 경험을 통해서 느낀 것은 하나 있는데, "어떤 회사가 가장 좋은가"에 대한 절대적인 정답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고민해야 하는 질문은 "나는 미래에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였다.

왜 선택은 해도 해도 불안할까?

이 외에도 무수히 많은 선택을 해왔고 앞으로도 계속해야 할 것이다.

여기서 내가 불만이 하나 있는데, 왜 선택은 해도 해도 불안하냐는 것이다.

왜 내 선택하는 실력은 늘지 않고 항상 많은 선택지에서 망설이고 결정 이후에도 그러지 않은 것들을 아쉬워하냐는 것이다.

이에 대한 내 대답은 다음이 있다.

믿고 따를 롤모델이 없다.

"이상형"이 없다. 내가 무엇이 되고 싶은가에 대한 명확한 그림을 못 그린다.

돈을 많이 벌고 싶은가? 유복한 인간관계를 만들고 싶나? 지식을 축적하고 싶나?

정확히 알지 못한다. 어떤 삶을 사는 게 좋은 것인지 스스로 결정을 못 내렸다.

그러다 보니 모든 선택에 대해 나를 안내하는 길잡이가 없다. 항상 새로 고민하고 같은 스트레스를 받고 만족이 보장되지 않은 선택을 한 이후에 기회비용을 아쉬워한다.

스스로를 잘 못 믿는다.

나만큼 나를 잘 알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거다. 특히 내가 "못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그렇다.

나는 욕심이 많다. 하지만 그걸 끝까지 수행하는 능력은 부족한 것 같다. 나는 내가 달성하고자 했던 많은 일들이 undone 상태로 끝나는 경우를 많이 봤다.

그리고 이런 경험이 나 스스로 자기 확신을 갉아먹게 만든다.

그래서 나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자기 스스로도 명확하게 답할 수 없는 있어 보이는 말은 버리자.

가령 가치관이 맞지 않는 회사이지만 돈 때문에 가면서 이렇게 말하는 경우를 생각할 수 있다. "나는 이렇게 큰 회사에서 할 수 있는 경험의 가치때문에 가는 거지 돈 때문이 아니야." (이상을 좇는 척 하지만, 스스로는 그게 아니라는 걸 너무 잘 아는 경우)

이런 경우 높은 확률로 자기기만에 빠지고 천천히 자기 확신을 갉아먹는 것 같다. 그냥 있는 그대로 말하고 담담하게 주변의 피드백을 받자.

이러면 스스로도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솔직한 의견을 주변 지인과 주고받을 수 있다. 그러면서 자기 의견을 설파하게 되고 점점 자기 취향에 대한 확신이 생기는 것 같다.

옳은 선택을 해야 한다는 강박을 버리자.

숙고해서 선택한 졸업 프로젝트 주제는 나한테 6개월의 엄청난 시간을 낭비하게 했다.

반면 "영어를 잘하고 싶다"는 간단한 아이디어에서 빠르고 고민 없이 선택한 영어학원은 잃어버린 12년 영어 공부에 생명을 주었다.

숙고한 선택은 최악의 선택이 되었고 별 고민없이 한 선택은 최고의 선택이 되었다.

그니까 옳은 선택을 해야 한다고 백날 생각하고 고민하고 사유하고 조언을 묻고 결정한다 한들 그게 결론적으로 좋은 선택이 될지 안 좋은 선택이 될지는 모른다.

이런 고민을 할 시간에 자기 확신을 갖기 위해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나만의 이상형이 무엇인지 사유할 필요가 있다고 느낀다.

내가 갖지 못한 것에 대한 욕심을 버리자. (너의 것이 아닌데 왜 상실감을 느끼냐?)

특히 나는 많은 선택지 중에 하나를 고르는 걸 하나를 선택한다는 생각을 접근하기보다 나머지를 놓친다 라는 생각으로 접근하는 경향이 있다.

기회비용만 따지다 선택을 한 이후에도 불행하게 되는 케이스가 되겠다.

아버지가 말씀하신 게 좋았는데 "사람은 자고로 분수에 맞게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그 분수를 깨고 싶은 나지만 좋은 말씀이시다.

아버지는 매사에 여유가 있으신 편인데, 괜한 욕심을 부리지 않는 것에서 오는 심리적 안정감을 행동으로 옮기시는 분 같다.

선택한 것 하나를 온전하게 하는데 집중하자, 나머지는 내 이야기가 아니다. 내 앞에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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